1. 글을 시작하며
2021년 말부터 2022년 말까지 한 IT 스타트업에서 데이터엔지니어 인턴으로 근무했다. 퇴사한지 1년 반이 지난 시점에서 회고글을 쓰는 이유는, 최근에 두 번째 인턴생활을 시작하면서 당시의 추억이 많이 떠오르기도 했고(😄) 시간이 흐른 뒤에 그 경험을 재해석해보고 싶었다. 당시에는 회고의 중요성과 방법을 몰라 미뤄둔 탓도 있다.
데이터 분석 앱서비스를 제공하는 B2B SaaS 기업이었다. IT세계에 대한 막연한 관심과 코로나 대학생활에 대한 회의감으로 찾게 된 인턴 자리였다. 비전공자인데다가 개발직군을 크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아서 처음에 운영팀 인턴 포지션으로 지원했으나, 서류에 데이터에 대한 흥미를 과하게 어필했었는지 결국 데이터팀으로 합류하게 되었다. 지금 생각해도 참 큰 행운이었다.
2. 왜 시작했나
당시 빅데이터 붐의 영향을 받았다.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로 무수한 콘텐츠가 쏟아지던 때였다. 막연한 관심으로 시작해 행정안전부에서 주최하는 '빅데이터분석 청년인재 양성사업' 교육 프로그램을 6개월 간 수강했고, 기본적인 데이터 분석 툴과 방법론을 학습했지만 아쉬움이 남았다.
1)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것의 의미는 조금 알 것 같았지만, '빅데이터'의 가치를 제대로 실감하지는 못했다.
2) 데이터가 비즈니스에 활용되는 구체적인 방식이 궁금해졌다.
특별히 희망하는 직무는 없었기 때문에 데이터 리터러시를 키울 수 있는 곳이면서, 내가 비교적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작은 조직을 찾고 싶었다. 다양한 경험 속에서 보편적인 일 스킬을 쌓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, 학기와 일을 병행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모로 스타트업이 딱이었다.
3. 한 일
정확한 데이터가 서비스될 수 있도록 데이터를 검수 및 가공하는 것이 주 업무였다. Bigquery와 Elastic Search를 사용하여 SQL 프로시져를 생성하고 데이터온보딩팀과 협력하며 트러블슈팅을 했다. 당시 전사적으로 고객사 영업을 대거 확대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내부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이 가장 큰 미션 중 하나였다. 4개월부터는 업무자동화 방안을 기획하고 개발을 보조했다.
첫 3개월은 쿼리를 열심히 짜면서 관련 자격증 공부를 했었고, 그 다음 3개월은 새로운 db table이나 function을 만드는 등 쿼리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고민을 했다. 동시에 내부 업무 툴을 기획하고 도입해나가면서 효율성을 챙기기 시작했다. 그 다음 3개월 동안은 트러블슈팅의 영역을 넓혀갔고, 마지막 3개월은 인수인계에 집중하다가 인턴생활을 서서히 마무리했던 걸로 기억한다.
4. 나의 변화 & 경험의 의미
1) 처음으로 프로덕트 생산자로서의 관점을 갖게 되었다.
그 전까지 늘 앱을 사용하는 소비자이기만 했다면, 각 팀이 어떤 역할로 기여하면서 어떻게 서비스를 만들어나가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. 프로덕트가 배포되기까지의 사이클이나 관련 용어들에 대해서도 친숙해졌다. 근무 경험 이후로는 어떤 앱서비스를 볼 때 어떤 고객을 타겟팅하고 있고, 핵심 기능과 UX설계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자연스레 생각하기 시작했다.
2) 스타트업의 낭만을 몸소 느껴볼 수 있었다.
런칭일을 앞두고 QA 테스트의 결과가 좋지 않을 때 늦은 새벽까지 팀원분들과 열일했던 것, 편한 츄리닝 차림과 워크샵을 자주 즐겼던 것, C레벨 임원분들과도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 등 스타트업다운 순간들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.
3) 조직과 일을 이해하는 기본 토대가 되어준 경험이었다.
일 경험이 거의 없던 저학년 떄라 모든 게 새로웠다. 특히 위클리 전사회의에서 대표님과 각 팀 리더분들이 어떻게 소통하시는지를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는데, 리소스 관리와 목표의 얼라인먼트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됐다. 실제로 학교로 돌아가서 경영 관련 수업을 들을 때 늘 인턴 근무 경험을 되새겼던 게 관련 개념을 학습하는 데 도움되었고, 린 스타트업 등 일의 방식이나 조직 문화를 논하는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.
5. KPT 회고
1) Keep : 만족스러운 부분
- 개인시간에 업무 관련 학습을 하면서 실력을 쌓았고, 새로운 분야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냈다.
- 모두와 함께 두루 잘 지내면서 생활했고, "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"라는 평을 받았다.
2) Problem : 개선이 필요한 부분
- 부족한 개발 경험과 CS 지식으로 업무에 한계를 느꼈다.
- 문서화를 더 요령있게 잘했다면 초반에 업무 적응을 더 빠르게 하고, 평소에도 이슈처리를 더 깔끔하게 할 수 있었을 것 같다.
3) Try : P에 대한 개선방법
- 개발 실력 키우기 -> 퇴사 이후에 대학연합동아리에 가입하여 개발에 몰두했다.
- 문서화 연습하기 -> 현재까지도 노력중이다. 글쓰기와 일상적 기록을 훈련하고 있다.